우리 아버님은 초등학교도 못 다니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요절하시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고 고향을 떠나셔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독학으로 한문과 국문을 익히셨지만 평생 한이 되셨던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그리도 좋아하고 대견해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어느 날 학교 창문을 기웃거리며 아들 공부하는 모습을 훔쳐보시다가 담임선생님께 들켜 교실 안으로 초대받아 들어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아버지의 마음을 읽으셨던지 나더러 앞으로 나와 칠판에 ‘우리 학교’를 쓰라고 하셨습니다. 글씨 쓰는 나를 자랑스레 보며 흡족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밥을 안 먹어도 너만 보면 배부르다.” 배고픈 어린 시절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 표현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그토록 지극한데 아들이 어찌 잘못될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서 우등상을 받았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학교 선생님들을 초대해 닭을 잡으셨습니다. 아들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감리교신학대학 교수이셨던 고(故) 윤성범 목사님은 예수님을 효자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효심은 한국 사람들의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개념이라 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효자가 되는 길은 그저 기쁘고 즐겁고 감사하며 사는 것입니다. 때로 사는 게 힘들어 기대고 싶고 안기고 싶을 때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를 통해서 나타나셨다고 나는 믿습니다. 효자가 따로 있겠습니까? 내가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입니다.
홍석환이 쓴 <뜻밖의 선물>중에서
